건조가 끝난 수건을 개다가 코끝에 걸리는 꿉꿉한 냄새, 겪어보신 분 많을 겁니다. 먼지필터는 돌릴 때마다 비우고 배수통도 꼬박꼬박 버리는데 냄새가 사라지지 않으면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대부분의 글이 "필터는 매회, 통세척은 월 1회" 같은 주기만 알려주고 끝나는데 정작 그대로 해도 냄새가 나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오늘은 그 케이스만 파고들겠습니다.

매번 비우는 먼지필터는 범인이 아닙니다.
건조기 냄새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먼지가 아니라 습기를 머금은 채 갇혀 있는 먼지에서 나옵니다. 히트펌프 건조기는 빨래 한 통을 말릴 때 응축수가 1L 안팎으로 나오는데 이 물이 지나가는 길목, 즉 열교환기 핀과 배수 라인, 도어 고무패킹 안쪽에 잔먼지가 젖은 채 쌓입니다. 먼지필터가 걸러주는 건 큰 보풀뿐이고 미세한 먼지는 필터를 통과해 열교환기까지 날아갑니다. 젖은 먼지가 며칠 방치되면 세탁조 곰팡이와 같은 원리로 냄새를 만들고, 다음 건조 때 뜨거운 바람이 그 위를 지나며 옷에 냄새를 입히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필터만 백 번 비워도 냄새는 그대로일 수밖에 없습니다.
1. 먼지필터를 물로 씻고 완전히 말리기.
먼지만 떼어내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필터 망 사이에 섬유유연제 성분과 미세먼지가 막처럼 끼면 통기량이 줄고 건조 시간이 늘면서 내부 습기가 오래 머뭅니다. 월 1~2회는 미지근한 물에 부드러운 솔로 씻어주는 게 좋습니다. 씻은 뒤 물기가 남은 채 장착하면 습도 센서가 오작동하거나 필터 자체가 곰팡이 배양지가 되니 반나절 이상 그늘에서 바짝 말린 뒤 끼웁니다. 필터를 빛에 비췄을 때 반대편이 훤히 보이면 통기가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2. 열교환기 핀에 낀 습먼지 걷어내기.

냄새 잡기의 핵심 단계입니다. 삼성 그랑데처럼 전면 하단 커버를 열면 열교환기가 보이는 모델은 약 월 1회 부드러운 스펀지나 전용 솔로 핀 방향을 따라 쓸어내립니다(주기는 모델별 매뉴얼 확인을 권장합니다). 알루미늄 핀은 손톱으로도 휠 만큼 약해서 칫솔로 가로질러 문지르면 핀이 눕고 건조 성능이 떨어지니 반드시 결 방향으로만 움직입니다. LG 트롬 히트펌프처럼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있는 모델은 직접 열 수 없는 대신 배수 쪽 관리가 더 중요해집니다.
3. 배수통과 도어 패킹까지 닦아내기.

배수통은 비우기만 하지 말고 주 1회 안쪽을 헹궈야 합니다. 통 바닥에 남는 몇 mm의 물과 먼지 찌꺼기가 냄새의 숙성고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직배수로 쓰는 경우도 호스가 꺾여 물이 고이는 구간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도어 고무패킹은 접힌 안쪽 주름에 젖은 보풀이 숨는 자리라 건조가 끝날 때마다 마른 수건으로 한 바퀴 훔치고, 주 1회는 중성세제 묻힌 천으로 닦습니다. 패킹 안쪽에서 회색 보풀이 뭉텅이로 나오는 집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4. 통살균 코스 돌리고 문 열어두기.
여기까지 물리적 청소를 마쳤으면 월 1회 통살균(통세척) 코스로 내부를 고온 처리합니다. 손이 닿지 않는 드럼 뒤쪽 냄새까지 잡으려면 이 코스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평소 습관이 하나 더 있는데 건조가 끝나면 문을 30분 이상 열어 내부 습기를 날리는 겁니다. 문을 닫아두면 남은 습기가 밤새 내부에 갇혀 앞의 청소를 전부 무력화시킵니다. 세탁실이 밀폐형이라면 세탁실 문까지 함께 열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다 했는데도 냄새가 남는다면
두 가지를 의심해야 합니다. 첫째, 세탁기 쪽 문제입니다. 세탁조에 이미 곰팡이가 있으면 빨래가 냄새를 품은 채 건조기로 넘어오고, 건조기의 열이 그 냄새를 증폭시킵니다. 이때는 건조기가 아니라 세탁조 청소가 답입니다. 둘째, 젖은 빨래를 건조기 안에 넣어두고 몇 시간 뒤에 돌리는 습관입니다. 여름철에는 2~3시간만 방치해도 쉰내가 배기 시작하는데 이 냄새는 건조로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따로 있습니다. 냄새가 나면 건조기 향기 시트나 방향제부터 찾는 겁니다. 원인이 젖은 먼지인데 향으로 덮으면 단내와 꿉꿉함이 섞여 오히려 더 불쾌한 냄새가 됩니다. 향을 사기 전에 열교환기 커버부터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서 젖은 회색 먼지가 나온다면 그게 지금까지 맡아온 냄새의 정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