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라이어에 삼겹살 넣기 전에 알아야 할 것
에어프라이어에 삼겹살 구우면 기름 쫙 빠지고 바삭해진다, 이런 글 많이 보셨죠. 반은 맞고 반은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면 잘 달군 팬에 구운 삼겹살이 맛으로는 이겨요. 팬은 고기가 자기 기름에 지글지글 지져지면서 겉면이 진하게 구워지는데, 에어프라이어는 뜨거운 바람으로 익히는 방식이라 그 진한 구운 맛이 덜 나오거든요. 기름이 바스켓 아래로 다 빠져버리니까 고기가 기름에 닿을 일 자체가 없어요.

그런데도 저는 일주일에 한 번은 에어프라이어로 구워요. 이유는 딱 하나, 기름이 안 튀어서예요. 팬에 삼겹살 구우면 가스레인지 주변 반경 50cm가 기름 범벅이 되는데 에어프라이어는 문 닫고 기다리면 끝이잖아요. 그러니까 이 글의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이래요. 맛이 최우선이면 팬으로 구우세요. 뒷정리가 최우선이면 에어프라이어인데, 대신 아래 방법대로 해야 '퍽퍽한 실패작'을 피할 수 있어요.
시작 전에 고기부터 골라야 해요

에어프라이어 삼겹살 실패의 절반은 굽기 전에 이미 결정돼요. 얇은 대패 삼겹살이나 5mm짜리 구이용을 넣으면 수분이 순식간에 날아가서 육포처럼 돼요. 에어프라이어는 뜨거운 바람이 계속 도는 구조라 팬보다 고기 표면의 수분을 훨씬 빨리 뺏어가거든요. 두께 1.5cm 이상, 가능하면 2cm짜리 오겹살이나 통삼겹 슬라이스를 고르세요. 두꺼워야 겉은 마르고 속은 촉촉한 상태를 만들 수 있어요.
냉동 고기라면 완전히 해동한 뒤에 키친타월로 겉면 물기를 꾹꾹 눌러 닦아주세요. 표면에 물기가 있으면 그 물이 마르는 데 열이 다 쓰여서 구워지는 게 아니라 쪄지거든요. 소금 간은 굽기 직전에 하는 게 좋아요. 미리 뿌려두면 삼투압으로 수분이 빠져나와요.
1. 예열을 200도에서 5분 해요
빈 에어프라이어를 200도로 맞추고 5분 돌려요. 예열 없이 고기를 넣으면 온도가 올라가는 3~4분 동안 고기가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면서 수분만 잃어요. 팬으로 치면 차가운 팬에 고기 올리는 것과 같은 실수예요. 겉면이 빨리 익어서 수분을 가둬야 하니까 처음부터 뜨거운 상태로 시작해야 해요.
2. 겹치지 않게, 바스켓의 70%만 채워요
고기를 한 겹으로, 조각 사이에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을 두고 놓아요. 에어프라이어는 바람이 고기 표면을 훑고 지나가야 익는 기계라서 겹쳐 놓으면 겹친 부분만 허옇게 안 익어요. 욕심내서 꽉 채우면 전체 온도가 떨어져서 굽는 게 아니라 데치는 꼴이 돼요. 500g 이상이면 두 번에 나눠 굽는 게 결과적으로 더 빨라요. 한 번에 다 넣고 흐물흐물하게 나온 걸 다시 돌리는 것보다요.
3. 200도에서 먼저 10분 구워요
문 닫고 200도 10분. 이 시간 동안 껍질 쪽과 윗면이 노릇해지기 시작해요. 중간에 궁금하다고 문을 열면 내부 온도가 훅 떨어지니까 10분은 그냥 두세요. 이때 바스켓 아래로 기름이 꽤 빠지는데, 이게 에어프라이어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기름이 빠져서 담백해지지만 그만큼 고소한 맛도 같이 빠져나가는 거거든요.
4. 뒤집고 5~7분 더 구워요
집게로 하나씩 뒤집고 200도에서 5분, 두께가 2cm 넘으면 7분 더 돌려요. 뒤집는 이유는 단순해요. 바스켓 바닥에 닿은 면은 바람을 못 맞아서 색이 안 나거든요. 꺼내기 전에 제일 두꺼운 조각 하나를 잘라보세요. 단면이 전체적으로 회백색이고 육즙이 맑게 나오면 다 익은 거예요. 분홍빛이 남았으면 3분 추가하면 돼요.
5. 꺼내서 3분 그대로 둬요

바로 자르지 말고 접시에 옮겨 3분 두세요. 갓 꺼낸 고기는 육즙이 가운데로 몰려 있어서 바로 자르면 즙이 다 흘러나와요. 3분 쉬면 육즙이 고기 전체로 퍼져서 한결 촉촉해져요. 에어프라이어 삼겹살은 팬 구이보다 수분 손실이 큰 편이라 이 3분이 팬 구이 때보다 체감상 더 중요해요.
이렇게 해도 팬을 못 이기는 부분이 있어요
방법대로 해도 안 되는 게 두 가지 있어요. 첫째, 팬에서 나는 그 진한 '지진 맛'은 안 나요. 고기가 뜨거운 금속면과 기름에 직접 닿으면서 생기는 풍미인데, 바람으로는 구조적으로 재현이 안 돼요. 둘째, 냄새와 청소 문제가 생각보다 커요. 기름이 히터에 튀어 연기가 나기도 하고, 바스켓에 고인 기름을 그때그때 닦지 않으면 다음에 감자튀김 돌릴 때 삼겹살 냄새가 배어 나와요. 다 굽고 나서 바스켓이 아직 따뜻할 때 키친타월로 기름을 걷어내고 세제로 닦는 것까지가 요리예요. 굳은 돼지기름은 찬물엔 안 지워져서 나중에 두 배로 고생해요.
그리고 얇은 고기, 특히 대패 삼겹살은 그냥 팬으로 하세요. 에어프라이어에 넣으면 2~3분 만에 바짝 말라버려서 방법이 없어요.
결국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에어프라이어 삼겹살은 '팬보다 맛있는 방법'이 아니라 '기름 튀는 꼴 안 보고 80점짜리 삼겹살 먹는 방법'이에요. 그 80점을 확보하는 조건이 두께 1.5cm 이상과 200도 예열 5분이고요. 이 두 가지만 지키면 퍽퍽한 실패는 안 해요. 오늘 저녁에 손님상 차리는 거면 팬을 꺼내시고, 혼자 편하게 먹는 날이면 에어프라이어 문을 여세요.